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스타트업 업계 역시 극심한 혹한기를 지나고 있는데요. 새롭게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우리 회사는 얼마의 기업 가치로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스타트업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의 기업 가치는 어떻게 산정해야 하며, 과대평가로 인해 투자받지 못하거나 과소평가로 인해 이후 후회할 일이 없어지려면 무엇을 미리 고려해야 할까요?
규칙과 예외를 가로지르는 스타트업의 가치 산정
보통 스타트업 가치 산정(이하 밸류에이션)에는 규칙이 있다고 말합니다. PER, PSR 등의 밸류에이션 방법에 따라 ‘계산'을 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에는 늘 변수나 맹점이 존재합니다.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상장 기업에 비해 불확실성이 높아 생각지도 못하게 급격한 성장 혹은 몰락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죠. 따라서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에는 일반적 규칙들 외의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고려되며, 이로 인해 일반화하기 어려운 양상이 나타납니다.
극초기 단계의 투자가 아니라면 스타트업은 ‘이제까지 이룬 것'과 ‘앞으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이에 긍정/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타 요소들을 제시하며 투자자와 밸류에이션을 협상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다양한 정보가 투자자에게 공유되긴 하지만, 정략적인 데이터만으로 깔끔하게 기업가치 평가가 가능한 스타트업은 많지 않습니다. 아직은 비즈니스의 성장 단계에 있는 만큼 영업 이익 등의 성과 지표 역시 ‘아직’ 없는 경우가 적지 않죠.
이로 인해 엑싯*이 될 때의 가치를 기업과 투자자 모두 정확하게 계산하기란 어렵고, 따라서 정성적인 가치 평가와 협상의 영역이 언제나 존재합니다. 즉, 특정 밸류에이션 방법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투자 매력도를 상승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반영된다면, 스타트업 입장에서 만족할 만큼의 기업 가치로 투자가 성사되는 경우도 더러 찾아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엑싯 : M&A, IPO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일컬음
구체적인 투자 유치 프로세스는 아래 글에서 확인해 보세요.
👉 심사역 미팅 후 IR이 진행되기까지
혹한기에 맞춰 지난 8월 3일 쿼타북에서 주최한 ‘스타트업 혹한기 LIVE’ 1부 <후속 투자를 이끌어내는 스타트업·주주 관계>의 Q&A 시간에도 스타트업 기업 가치 산정에 관한 내용을 간략하게 다루었답니다. 현직 VC 연사분들의 답변을 통해 적절한 기업 가치 협상을 위한 몇 가지 팁을 함께 살펴보아요!
기업 가치 산정 방법
Q.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 기업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적정 가치를 추정할 수 있을까요?
A. 먼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미래의 특정 시점까지 기업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계산하고, 이 값을 현재로부터 해당 시점까지 떨어진 햇수만큼의 이자율 및 물가상승률로 다시 나누어 밸류에이션 가능합니다. 이것이 대기업을 포함하여 기업 일반에 대한 기본적인 밸류에이션* 방법(Discounted Cash Flow, 약칭 DCF)으로 거론되곤 합니다.
또 한 가지 주요한 방법은 유사 기업을 참고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사업 및 규모의 스타트업과 비교하거나, 현재는 규모가 커진 - 가령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상장 기업이 우리 정도의 성장 단계에서 얼마만큼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는지를 비교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그들의 PER** 혹은 PSR***등을 참고하여 동일한 비율로 기업 가치를 산정하고, 여기서 현가 할인을 더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투자자들 역시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유사 기업과의 비교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다만 스케일업을 잘 해내고 있지만 당장 수익을 제시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이라면,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좀 더 반영하기도 합니다. 예시로 PER보다는 PSR 등을 적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에요. PSR의 경우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경우라도 매출액으로 계산할 수가 있고, PSR 및 현재 성장 속도를 기준으로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시점의 수익 규모를 산정하여 다시 현가 할인하는 방식으로 밸류에이션을 할 수 있겠습니다. 위와 같은 방법들이 당연히 밸류에이션의 전부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협상을 위해 기본적인 방법론들을 숙지하시고 우리가 논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업 가치를 산정하여 준비해 두시기를 권장합니다.
*‘밸류에이션’과 ‘기업 가치 산정'은 같은 의미
**Price-to-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 ‘한 주 당 가격/한 주당 수익'으로 계산한다.
***Price-to-Sales Ratio, 주가매출비율: ‘한 주당 가격/한 주당 매출'로 계산한다.
Tip!
답변에서 나온 ‘유사 기업과의 비교 방법'은 대표적인 기업 가치 산정 기준 중 ‘상대가치’에 기준을 두고 있어요.
기업 가치 산정 기준의 종류
자산가치
- 기업이 보유한 자산(매출채권, 유동자산, 부동산, 설비 등)의 가치를 합산한 값
- 현재 시점의 자산 기준
수익가치
- 기업이 미래에 산출할 현금흐름을 적절하게 할인한 값
- 미래 시점의 수익 기준
상대가치
- 주식시장에서 거래 중인 기업 중 비슷한 업종의 기업 가치를 간접적으로 비교한 값
기업 가치는 고고익선(高高益善)?
Q. 기업 가치를 높게 받고 싶은데, 나중을 위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A. 먼저, 앞서 설명해 드린 가치 산정 방법에 덧붙이자면 스타트업 투자는 결국 의지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얼마를 희망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얼마를 낼 수 있는지 사이에서 결정이 되니까요.
높은 기업 가치로 투자받으면 당장 좋은 현상일 것 같지만, 다음 단계까지 항상 한 번 더 고려하시라는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높게 받으면 다음 단계에서는 더 높아져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하지만 다음 투자 라운드까지 더 높은 가치를 받아 마땅할 무언가를 증명해 내지 못하거나, 현재 혹한기 상황처럼 투자 심리 자체가 얼어있다면 더 높은 가치로 다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과 같이 ‘생존'이 중요할 때 다음 투자에 차질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생존 확률 역시 위태로워지기 마련이고요. 유망 스타트업으로 손꼽히던 곳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소식이 적잖이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에 100% 만족하실 수 없더라도 투자를 통해 생존하는 것을 보다 우선으로 고려해 보시기를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Tip!
기업 가치 산정의 어려움 및 고려사항을 지적한 다른 사례도 살펴보세요.
"다운 밸류(이전보다 낮은 기업 가치)로 투자받거나 직전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다행인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자금 상황이 어렵거나 런웨이(법인 통장의 잔고가 0원이 될 때까지,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가 몇 개월 남은 곳은 다운 밸류로도 투자를 유치하기가 힘들다."
롯데벤처스 배준성 상무 - 조선일보 인터뷰
"(한국에서도) 점점 더 느끼게 될 것이다. 투자 유치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고, 기업 가치는 당분간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가장 좋은 회사들은 이런 시기에 탄생 되고, 잘하는 회사들은 이런 시기에 훨씬 더 강해진다는 점이다."
롯데알토스벤처스 대표 한킴 - 페이스북 글
“과거에는 성장 가능성만을 부각해도 투자받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조기에 실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자금 유치가 쉽지 않다.”
모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대표 - 문화일보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7월에서 8월로 넘어가는 시기만 봤을 때에도, 300억 이상의 대규모 투자 건수가 75% 감소할 정도로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하니(문화일보), 특히 후속 투자를 준비하는 성장 단계(Growth Stage)의 스타트업이라면 이러한 상황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스타트업과 투자사 사이
Q.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회사와 투자사 사이의 괴리는 어떻게 줄일 수 있나요?
A. 밸류에이션은 끊임없는 협상의 연속이에요. 예상하시겠지만 스타트업과 투자사 사이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의 논리를 철저히 준비하되,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의 반박이나 반응을 예의주시하면서 타협점을 잘 찾으라는 다소 ‘교과서적인' 조언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A는 B’라는 식으로 확정된 것은 없으니, 어떤 밸류를 주장하든 그에 적절한 논리를 우리가 철저하게 준비해 두어야 하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사 기업의 밸류를 참고치로 제시하거나, 우리 회사가 가진 인재들의 가치를 기업 가치에 반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이것이 당연히 100% 받아들여지지는 않아요. 비교 그룹과 동일한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었다고 꼭 그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일류 인재'가 모인 회사라도 부진한 경우가 부지기수니까요. 또한 투자자에게 현재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부족하다면 우리의 마일스톤*을 정하고, 그것이 달성되었을 때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올지를 미래 시점으로 작성하여 제시할 때 훨씬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마일스톤 : 이정표; 스타트업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중요한 목표
여기까지 기업 가치 산정 시 고려할 사항들을 쿼타북과 함께 알아보았는데요, 시장이 얼어붙은 혹한기 투자 유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실제 투자 계약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소개해드릴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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